바이든도 저격한 멘솔‧과일향 ‘가향담배’, 국내 규제는 ‘전무’ 

바이든도 저격한 멘솔‧과일향 ‘가향담배’, 국내 규제는 ‘전무’ 

입법조사처 ‘담배 성분 공개’ 제기…전문가는 ‘가향물질 첨가 전면 금지’ 주장

기사승인 2021-04-30 04:30:04
쿠키뉴스DB

[쿠키뉴스] 유수인 기자 = 달콤한 맛과 향으로 흡연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가향(加香)담배’에 대한 국내 규제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가향담배가 특히 청소년 흡연을 유도하는 만큼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향담배는 특정한 맛이나 향이 나도록 설탕 및 감미료(포도당, 당밀, 벌꿀 등), 멘톨(멘솔), 바닐린, 계피, 생강 등을 첨가한 담배제품을 말한다. 문제는 기존의 담배 맛이 개선됨에 따라 비흡연자의 호기심을 유발해 흡연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고, 담배 유해물질의 흡수성을 높임으로써 중독 가능성과 암 발병 위험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발간한 NARS 현안분석 ‘가향(加香)담배에 대한 해외 규제 사례 및 시사점’에 따르면, 담배에 과일향 등 단맛을 내는 설탕을 첨가하면 니코틴의 씁쓸한 맛을 완화시켜 흡연자에게는 담배의 맛과 풍미가 더 좋다고 느끼게 하고, 코코아 성분 중의 테오브로민과 커피의 카페인은 기관지를 확장시키는 효과가 있어 이들 성분이 담배에 첨가되면 니코틴이 흡연자의 폐에 보다 쉽게, 깊이 흡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표적 가향물질인 멘톨은 청량감을 느끼게 하는 효과가 있는데, 담배 연기를 흡입할 때 말단신경을 마비시켜 담배연기 흡입 시 자극을 경감시키고 설탕처럼 단맛과 향을 낼 때 사용되는 바닐린 등 감미료의 경우 연소되면서 발암물질인 아세트알데히드가 생성된다. 

그런데 국내 담배시장에서 가향담배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10년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내 담배 총 판매량은 2011년 44억갑에서 2020년 36억갑으로 감소했으나, 가향담배는 같은 기간 2억7000만갑에서 약 14억갑으로 증가했다. 담배 총 판매량 중 가향담배는 6.1%에서 38.4%로, 가향 캡슐담배는 1.6%에서 30.7%로 대폭 올랐다.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은 “가향물질 첨가 규제는 청소년들의 흡연 시작을 막는 중요한 정책”이라며 “과일 맛과 향이 나면 흡연행위가 쉬워진다. 가격을 높여서 접근성을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맛이 없게 만들어 피우지 않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액상형 전자담배로 가면 가향물질 천국이다. 그만큼 (가향담배를 규제하는 것은) 강력한 정책이고, 이미 학계와 전문가들은 수년 전부터 근거 자료를 마련해둔 상태”라며 “전 세계적으로도 가향담배 규제 정책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다른 가향물질보다도 흑인 흡연자들이 선호하는 멘솔 담배를 규제한다고 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이에 유럽에서도 멘솔 담배 판매 금지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럽연합, 캐나다, 브라질 등에서는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의 권고에 따라 가향물질 규제 및 담배제품 성분 정보 공개를 위한 법령을 마련‧이행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또한 모든 담배의 니코틴을 중독성이 없는 수준으로 낮추도록 담배 회사에 요구하고 멘솔 담배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국민건강증진법’에서는 가향물질을 표시하는 문구나 그림, 사진을 제품의 포장이나 광고에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있을 뿐, 가향물질의 함유 자체는 규율하지 않고 있다. 가향물질 등 첨가물 성분을 제출 또는 공개해야 하는 의무 규정도 없는 상황이다. 담배갑에 표기돼야 하는 발암물질에 관한 정보도 ‘나프틸아민, 니켈, 벤젠, 비닐 크롤라이드, 비소, 카드뮴’과 같이 6가지로만 정해져 있고, ‘담배사업법’ 및 같은 법 시행령에서도 담배 한 개비의 연기에 포함된 것으로 표시돼야 할 주요 성분으로 ‘타르와 니코틴’ 단 2종만 명시하고 있다.

이 센터장은 “한국에서는 넘어야 할 허들이 많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규제가 전무한 상태”라며 “이를 규제하려면 담배사업법에 담배의 정의, 가향물질의 정의 등이 명시돼 있어야 하는데 첨가물에 대한 내용 자체가 없다. 관련 법안이 올라가도 논의가 되지 않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현재 국회에서는 FCTC 규제 취지에 따라 담배 원료 등의 자료제출, 담배성분 검사 및 공개 등을 통해 유해성분의 효과적인 관리체계를 마련할 수 있도록 김수흥 의원이 ‘담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최혜영 의원이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각각 발의해 해당 상임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그는 “담배 안에 어떤 물질이 들어있는지도 모르는데 허용 가능한, 혹은 가능하지 않은 첨가물을 구분 지을 수 있겠느냐. 결국 맛과 향을 내는 물질은 모두 넣지 않도록 규제하는 게 합리적”이라면서도 “다만, 그만큼 파격적이기 때문에 담배업계의 로비, 반발이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청소년 흡연을 유도하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가향담배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데 동의할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각오를 하고 가향물질 첨가를 전체 금지하는 방향으로 법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부연했다. 

입법조사처도 규제의 기준 및 범위를 정하기 위해서 담배와 배출물에 어떠한 성분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파악이 가능해야 하기 때문에 가향물질 첨가 금지 대상 및 범위 등에 관한 심도 있는 논의로 실효성 있는 제도 마련을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입법조사처는 “가향물질 첨가 금지 방법에는 모든 가향물질의 첨가를 전면 금지하자는 의견과 흡연 유인과 건강에 영향을 주는 특정 가향물질만 금지하고 그 이외에는 허용하자는 의견이 있다”며 “전자는 유통되는 담배에 어떠한 종류의 가향물질이 얼마나 함유돼 있는지 알 수 없고 그 물질 또는 성분이 건강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명료하게 밝혀지지 않아 오히려 위험의 사각지대를 초래한다는 이유이고, 후자는 명확한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모든 가향물질의 첨가 금지는 기업의 영업권 등 권리 침해를 야기한다는 사유이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두 가지 방법 모두 선결 과제가 있다. 바로 담배 및 배출물의 성분 공개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성분 공개와 분석에 관한 제도가 부재해 어떤 성분을 규제하고, 어떤 성분을 허용할지 판단이 어렵다. 그러나 국민 건강을 고려해 첨가물 등 담배 성분 제출 및 공개에 대한 정책 도입은 필요하다”며 “가향물질 첨가 금지 대상 및 범위 등을 정하는 데 있어 포괄적 규제를 추진할지, 담배업계와 소비자의 반대 등에 부딪힐 수 있다는 점에서 점진적으로 규제 범위를 확대해 나갈지에 대해서는 입법정책적 판단이 요구된다”고 전했다. 

또 “국내 담배 규제 정책을 둘러싸고 담배사업자의 영업권, 소비자의 선택권, 흡연자 및 국민의 건강 보호가 서로 충돌하는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흡연으로 인한 위해성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건강, 청소년과 여성 보호의 가치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향담배 규제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효율적이고 실효성 있는 정책 및 입법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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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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